회로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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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4 댓글 0건 조회 57회 작성일 25-05-05 22:36작가명 | 콜렉티브 오오에이, 김보원, 진숙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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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5-05-10 ~ 2025-06-01 |
초대일시 | 2025-05-10, 오후 2시 |
휴관일 | 월요일 휴관 |
전시장소명 | 아트 포 랩 |
전시장주소 | 14099 경기 안양시 동안구 신기대로33번길 22 지하1층 아트 포 랩 |
관련링크 | https://blog.naver.com/art-for-lab/223855181373 5회 연결 |
관련링크 | https://www.instagram.com/art.for.lab 6회 연결 |
회로의 공동체
참여작가
김보원, 진숙희
기획
콜렉티브 오오에이
일시
2025. 5. 10.(토) - 6. 1. (일)
11-6pm / 월요일 휴관
장소
아트 포 랩
경기 안양시 동안구 신기대로 33번길 22, B1
<회로의 공동체>
글 | 콜렉티브 오오에이
‘회로’의 메커니즘은 인간과 기계가 공유하는 생명 활동의 근간이다. 어쩌면 이 유사한 물리적 토대, 에너지의 순환 구조가 인간과 기계의 구분을 점차 모호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호모 메카니쿠스(Homo mechanicus) 시대의 우리는 자연의 원형적 인간에서 나아가 기계·기술과 결합한 혼종의 존재이다.1) 기계와 연장된 인류의 새로운 신체 개념은 감각적,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능동적인 진화의 지표일까, 자연법칙을 위반하는 오만한 실험의 명제일까. 콜렉티브 오오에이는 이인전 《회로의 공동체》에서 거대한 사회적 현상의 결과로서 나타난 혼종적 존재들에 관심을 가지고 기계-신체를 바라보는 예술적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참여작가 김보원, 진숙희는 각각 사이버컬처 자아로서의 아바타, 그리고 혼성적 존재로서의 사이보그에 대해 고찰한다. 디지털 가상 세계의 신체적 감각과 물리적 차원에서의 혼성적 기계인간은 비슷한 듯 다른 차원의 인간-기계 관계를 나타낸다. 이들이 탐색하는 인간과 기술 상호 간의 모방과 변형은 우리에게 익숙한 한편, 이질감을 주는 듯하다.
김보원은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자아와 인간과 아바타 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이들 간 교차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사유한다. <Ffffalling>(2019)은 김보원이 디지털 자아에 주목한 초기 작업으로, 화면 속 ‘ㅂ’은 중력에 따라 떨어졌다가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현실의 물리법칙이 적용된 게임엔진을 배경으로 한 작가는 가상의 존재를 구(Sphere)로 구현하고 ‘ㅂ(비읍)’으로 칭한다. 그리고 ‘ㅂ’을 중력의 법칙을 따르는 자아를 가진 존재로 치환함으로써 디지털 공간 안에서도 자아를 가진 존재가 실재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동시에 인지적 존재로서의 어떠한 특성도 가시화하지 않음으로써 디지털 자아와 인간의 물리적 차이를 부각한다.
디지털 자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Eye Contact>(2021)에서 아바타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화면 속 아바타는 화면 너머의 ‘나’를 응시한다. 아바타는 ‘나’에게 마치 대화를 걸어오는 듯 보이지만, 이는 독백일 뿐이다. 비대면 시대에 확산된 ‘관계맺기’ 방식에서 착안한 작품에서 작가는 화면을 경계로 아바타와 어떠한 감각적, 물리적 소통도 불가능한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인간과 아바타의 교류되지 못하는 감정과 인식의 공백을 드러낸다.
나아가 작가는 소셜 VR 환경에서 인간과 아바타의 조우와 교류가 성립될 수 있는지 고민한다. 1인칭 시점의 영상 <Penetrating Gaze>(2025)에서 ‘나’는 집요하게 아바타를 바라보지만, 아바타의 0.6cm 동공은 어떠한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이는 감정 상태에 따라 미세하게 진동하는 인간의 생리적 반응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감각적 교류가 결여된 가상 존재의 본질을 드러낸다. 이처럼 작가는 0.6cm의 차이를 통해 디지털 페르소나로 구축된 가상의 정체와 원형적 존재로서의 인간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신작 <Papers>(2025)에서 작가는 인간과 아바타의 간극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금 성찰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아바타 구현의 핵심 조건은 인간의 복잡한 생물학적 주기와 신체를 통해 환경을 감각·인지하는 과정을 면밀히 이해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내용의 논문들을 읽고 일부를 드로잉으로 옮기지만, 드로잉된 논문은 원문을 완벽히 모방하지 못한 채 해독 불가능한 형태로 제시된다. 김보원은 이러한 비가독성을 의도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인간과 같은’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인류의 기대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인간은 태곳적부터 한계를 넘는 세계를 꿈꿔왔다. 이 같은 인류의 특성은 오늘날 디지털 세계의 확장으로 이어지며 인간과 아바타 사이에 심리적·감각적 결합은 물론, 신체적 재현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김보원은 이러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아바타의 다층적인 면모를 횡단하며 가상 세계에서의 대리자적 존재와 인간 실존의 감각을 탐색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바타는 인간과 같을 수 없다는 이질성을 분명히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인간이 아닌, 그러나 인간과 동일한 존재의 ‘존재’는 가능한 것인가. 혹은 신기루 같은 헛된 믿음인가. 이제, 김보원은 존재론적 질문 위로 우리를 소환하며 이 물음을 사유할 장을 열어놓는다.
진숙희는 인간의 기계화, 기계의 인간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반응하며 경계 위에 선 존재들을 화면 위에 표현한다. <Changing Heart>(2024)는 심장의 기능을 가진 인공장기가 사이보그 신체로 이식되는 장면을 포착하고 있고 <Body Recipe>(2024)와 <Secret Recipe>(2024)는 공장에서 인체 조직과 장기를 생산하고 조립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이와 같은 작품들은 몸과 마음이라는 인간의 기본 요소를 기계의 형태로 재현하는 그만의 조형적 언어를 대변한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오랜 기간 동안 치료를 받으며 외부 물질과 기계에 의해 변화하는 몸의 반응을 체감하였고 가족의 인공장기 수술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을 목격하였다. 그에게 있어 의학 기술과 각종 보철로 재조직화되는 생체 시스템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기 때문에 두 영역의 결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Clank-Clank>(2025), <To Survive>(2025), <Symbiosis>(2025)는 신체와 기계의 관계에 대한 작가만의 논의를 변주한다. <Clank-Clank>에는 공장용 컨베이어벨트에서 제조되는 흉상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팔과 다리가 부분적으로 잘린 불완전한 신체의 모습은 최첨단 기술로 언제든지 부품을 교체할 수 있는 사이보그의 특징을 강조한다. <To Survive>와 <Symbiosis>는 유전자 변형과 물리적 개조로 새롭게 조직되는 유기체로서의 신체를 보여준다. 혈관과 탯줄을 연상시키는 호스는 몸통과 얼굴에 연결되어 있고, 폐기된 몸의 부품을 재생시키는 기계는 인간의 체액, 근육 조직, 갈비뼈를 닮은 전파로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모든 외형의 표면 위로 나무뿌리와 줄기가 지나가는 형상이 다른 작업들과 구별되는 차별점이다. 작가는 육체, 기계,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양분을 주고받는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이분법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혼종적 존재를 묘사하고자 하였다.
진숙희의 사이보그는 혼합물이자 이질적인 구성물의 집합체로 등장하여 경계의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작가의 접근은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이 해체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인간의 위치에 혼성적인 경계의 존재가 자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제시한다. 두 영역의 가까운 공존은 새로운 주체의 탄생을 예견하는 동시에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진화할 존재 또한 소환한다. 작가가 설정한 시각적 근거를 따라가면서 관람자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 대립과 조화가 반복되는 화면을 바라보고 신체의 순수성에 대한 작가의 관점과 질문을 계승한다.
디지털 정보화 사회 속 기계와 인간의 결합, 더 나아가서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사색에서 출발한 《회로의 공동체》는 김보원, 진숙희가 진찰한 동시대의 현상을 바탕으로 이질적인 두 영역을 직조한다. 김보원에게 디지택트(digitact)는 현대의 당연한 사회적 소통 방식이다. 디지털적인 대면은 텍스트와 가상 공간 속 아바타를 통해 타인과 나를 수월하게 이어주지만, 감각의 교류는 결핍된 채 비언어적인 신체 반응을 ‘흉내’ 낼 뿐이다. 김보원은 인간과 기술이 상호를 모방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가상의 신체와 물리적 신체가 지닌 간극을 강조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기묘한 감각을 체험하게 한다.
다른 한편에서 진숙희는 신체와 기계의 물리적 결합, 공생에 보다 집중한다. 작업에 등장하는 기계 부품과 신체의 장기들은 서로 조립되고 맞춰지면서 전에 없던 형태로 개조되는데, 유기체인 동시에 무성의 기계처럼 느껴진다. 사이보그라는 경계선의 존재를 고찰하는 작가의 시선에서 인간의 기계화, 기계의 인간화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두 작가가 기계-기술과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본 우리의 ‘신체’ 개념은 인간 존재에 대한 재정의, 나아가 실존의 감각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디지털 존재, 사이보그 신체에 대한 작가들의 성찰과 질문은 열린 결말로, 최종 판단은 작품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맡긴다. 인간과 기계의 이분화된 경계를 해체한 작가들의 시도는 두 영역이 지닌 간극과 유사성을 동시에 내비친다. 이는 재정의된 신체 감각과 존재론적 정체성에 대한 사유와 함께 인간과 기계(기술)가 서로 다르면서도 닮은 ‘회로의 공동체’임을 가시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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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모 메카니쿠스(Homo mechanicus): 기술의 영역을 물질적인 존재인 기계를 형성하는 한 요소로 보고, 기계를 인간에게 종속된 도구가 아닌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대상으로 인지. 인간과 기계는 내파되고 혼성화되어 인간은 기계를, 기계는 인간을 모방하고 변화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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