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change / 2011_1229 ~ 2012_0110 / 갤러리 예담 컨템포러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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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3,831회 작성일 12-01-03 01:39
작가명 문활람
전시기간 2011-01-29 ~ 2012-01-10
초대일시 2011년 12월 29일 목요일6시
휴관일 없음
전시장소명 갤러리 예담 컨템포러리(서울)
 
 사랑에 관한 또 하나의 이야기-문활람의 예술세계
 
 
R.Exchange
동양채색화의 전통을 깊이 있게 그려내는 작가 문활람의 사랑에 관한 메시지가 시작된다. 그 동안 작가는 계절의 순간을 포착하거나 자연이 잉태한 동물, 인간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생명의 현상들을 표현하였다. 그는 고대의 채색화의 안료와 기법을 연구하고, 재료의 깊이와 폭을 밀도 높게 구사하는 보기 드문 작가이다. 석채는 천연광물에서 추출해낸 재료로서 발색과 보존에 탁월한 아름다움과 영구성을 내재하고 있다. 작가의 화면에는 그의 붓이 지난 간 흔적 사이로 사물의 본질을 관통하는 사유하는 예리한 시선과, 석채의 숨겨진 빛나는 오랜 시간들이 중첩되고 있다.

작가는 종교적 신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실, 작가의 작품에는 신(神)과의 대면을 경험한 사랑과 은총에 관한 감사의 이야기가 산재되어 있다. 그가 줄곧 하나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사랑으로서의 나눔은 아프리카로의 선교활동에서 만난 케냐의 아이들의 삶과 만나고 있다. 케냐의 검은 빛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눈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들이 살아 나온다. 아이들의 귀여운 얼굴과 그들의 삶의 무게가 남기고 간 깊은 흔적들에서 지금의 나의 모습들이 치부를 드러내며 성찰의 문을 연다. 숨 쉬는 우주의 눈과 같은 피할 수 없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보는 이의 심장을 관통한다. 작가는 이 피할 수 없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신의 진리(眞理)를 보고, 그 진리는 사랑이며 사랑은 비로소 수많은 시간의 범주들이 이끈 만남에서 나눔이라는 실천의 모습임을 깨닫게 된 듯하다. 사실상 눈 맑은 아이들은 작가가 체험한 세계의 진리, 신의 진리를 가시화하는 여정에서 문득 다가선 진리의 또 다른 존재인 것이다. 이들에게서 작가의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문활람의 작품세계에는 곱고 아득하고 이완된 숨결과 팽팽한 긴장감이 공존하고 있다. 이완과 긴장의 길항관계(拮抗關係)에서 살아 숨 쉬는 화면으로의 생명력이 가시화된다. 케냐의 낯선 아이의 눈망울에서 가슴을 찌르는 파장 넓은 신화의 이야기와 영겁의 시간이 순간의 표정으로 응축되어 있는 듯하다. 섬세한 선과 색에서 흐르는 감성들은 석채의 견고함과 진중함이 갖는 재료의 본질적인 속성에서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아이들은 삶의 의미를 사유하는 어른아이이다. 그가 그린 지평선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의 지평선이 아니라 우주적인 대지(大地)의 지평선이며, 신의 말씀이 하나의 우주적 몸짓으로 변환된 확장된 정신의 지평선이다. 이렇듯 작가의 이완된 붓의 흐름은 신과 사랑, 진리와 성찰의 숙성된 정신이 조합된 흔적들임을 알게 된다. 
 
 사실, 자연에서 추출한 재료와 그 재료의 운용은 인간의 정신을 표출해내는 것과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다. 이는 육조시대(六朝時代) 이래로 외형을 버리고 정신의 이치를 중시하였던 동양화론(東洋畵論)과도 상응하고 있다. 밀도 높게 정제된 바탕위에 여러 겹의 색을 올리고 하나의 색으로의 완성은, 순도 높은 정신계로 끌어올리는 정신의 과정과 닮아 있다. 이는 수도자의 수행과도 같은데, 작가는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칠하고 그리는 과정에서 진리의 의미들을 음미하고 깨닫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비로소 한 지점에서 신과의 만남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투명한 화면에서 작가가 체화(體化)하는 진리의 세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우주의 신비와 아름답고 절대적인 신의 말씀과 진실이 드러난다. 이는 작가가 고대의 안료와 기법이 갖는 정신성을 깊이 있게 이해한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견고하고 아름다운 재료들에서 진리와 같은 자신의 신념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듯 정제되고 숙련된 재료의 이해와 그 재료와 기법을 표현하는데 있어, 화면에서 하나된 신과의 만남은 작가에겐 확고한 신념의 다짐과 스스로의 위안과 치유가 되고 있는 듯하다. 즉, 깊숙이 침투하고 번지는 반복된 그리기의 과정에서 신을 만나고 그 진리가 곳곳에 산포된 화면 속에서 정신의 안락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이 진솔한 내면의 소리는 확장되고 증폭되어 정신의 정화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따뜻하고 진솔한 작가의 언어들에서 자연에서 배태된 피조물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문활람의 전통채색안료가 이국의 아이들과 만났다. 이 낯선 아이들의 세계에서 탈영토화되는 현대미술의 교차점들을 발견한다. 영토를 넘어서 서로의 감성과 전통이 교집합하고 또는 이탈한다는 것이 현대미술이라면, 전통재료를 통해 세상의 모든 풍경에 이르기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정신의 표출은 지극히 현대적인 표현의 자유로움이라 하겠다. 사실, 작가의 모습에서 전통이 현대와 만남에 있어서 하나의 긍정적 혜안(慧眼)을 보게 된다. 이는 고전의 현대화는 정신성의 모색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재료의 본질을 이해하고 조형의 목적과 의의를 명확하게 깨닫고 보여줌으로써, 그 속에 담겨진 작품의 내면적 의미와 작가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데 있는 것이다. 문활람의 고전에서 시작하고 확장된 지극히도 진솔하고 감동적인 사랑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 박옥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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